그날

김춘화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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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먹기를 소홀히 하고 신경쓰지 않았더니만 살이 너무 빠져 몸무게가 38Kg인 시절이었습니다.

거울을 봐도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하루가 하루 같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제 자취방에, 집이 이상하게 들어가기 싫기도 했어요 …


그날도 밖에서 떠돌다 늦은 밤 집에 가서 자는데 뭔가 기운이 쎄 했습니다.

눈을 떴는데 깜깜했고 살며시 방문이 열리며 하얀 버선발의 사각사각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곁눈으로 살짝 보니 그들은 검은색 두루마기와 검은 갓을 쓰고 얼굴은 백색으로 하얗고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저승사자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려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눈이 마주칠까 무서워 감았구요


누워 있는 저에게 그들 중에 한 명이 버선발로 귀 근처를 한쪽으로 툭 치고, 다시 반대쪽으로 툭 치며 저를 건드렸고

셋이서 얘는 아직 아니다 멀었어 좀 더 있다 가도 돼, 그냥 가자 라는 얘기를 감은 눈으로 느껴지는 시선과 함께 들었습니다.

정말 무섭고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는데 정작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몸은 석고처럼 굳어 있었지요.

다시 그 버선발이 열려 있던 문으로 사각사각 사라지고 저는 정적 속에 혼자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경직된 부동의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더니 창문으로 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다 찾아보니 그 경험이 가위눌림이고, 기력이 약해졌을 때 간혹 생기고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기력을 다시 회복하려면 약해진 체력부터 보완하자 싶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시작하여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이라 그날이 박제되어 기억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에 제 몸을 전혀 돌보지 않고 끝도 없이 마음을 괴롭혔어요... 떨어진 화살을 주워 내게 찌르듯이 말입니다.

머리는 온통 부정적인 생각이 충만해 있고, 모든 것에 의욕이 없으며, 계속 화가 나 있고 신경질적이며, 퀭한 머리와 눈을 갖고 있던 때였습니다.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받아들여지는 그런…


그들이 무서워서였는지, 이리 살아서는 안되겠다여서 인지 저는 회복을 위해 노력을 했고 극복되었습니다.

다시 일상을 영위하면서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날들인지를 되새기며 하며 보냈구요

그치만 또 가끔씩 바닥으로 치닫고 해요 ㅎㅎ

문득 생각났기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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