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김춘화
2025-04-13
조회수 67


주말 아침이면 아침밥을 먹고 나서 아버님이 나를 데리고 

강변을 걷는다.

요즘 강변은 봄꽃이 펴서 참 이쁘다.

자주 다녔던 곳인데 혼자 못다녀서 꼭 내손을 잡고 간다.

참 고맙다.


오늘은 테레비에서 강풍이 분다고 해서인지

나서기 전에 옷을 단단히 입혀주고 모자도 씌운다.

많이 답답하지만, 아버님이 쓰라고 하면 그냥 가만히 있는다.

2층 집에서 1층으로 한 계단씩 잘 내려가는 지 

다리 아픈 나를 세심히 본다.

아버님도 나이가 많아 계단 내려가기 힘든데 

나를 먼저 살펴주니 그 또한 참 고맙다.


평일에는 센터에 가야 해서 강변 구경을 못하는데

주말에 아버님이 함께 다녀줘서 시시각각 변하는 

강변 풍경을 바라본다.

계절이 이렇게 바뀌고 세월이 흐르도록 살면서

아버님에게 미운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고맙다.

나를 밥을 해서 주고, 씻겨 주고, 꽃단장까지 

시켜주니 말이다.

나는 눈썹이 옅어 그게 싫어 늘 눈썹을 그렸는데,

아버님이 걸 잊지 않고 아침마다 그려준다.


채비를 끝내고 나갔더니 강바람이 매섭다.

머리에 쓴 모자가 들썩들썩 날아갈 거 같아 

한 손으로는 모자를 꼭 붙들고

다른 손으로는 아버님의 손을 잡고 걸었다.

아버님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 와,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날아가겠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따라 살며시 웃었다.

오늘도 잘 걷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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