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림의 여정 그리고 이유(2025/07/16 ~10/25)

김춘화
2025-11-03
조회수 44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을 달렸다.

시작은 션님의 815달리기.

광복을 이룬 순국선열들을 위해 그의 방식으로 8월 15일 당일에 81.5Km 달리기.

7/16~8/15까지 나는 매일 8.15Km 이상 달리기를 계획했다.

단 하루도 어김 없이 한달 달리기를 완벽하게 종료하면서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음에 더 달려보고 싶었다,

815달리기의 첫 날, 7/16 

시작하는 날은 비가 억수같이 내려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파트 23층 계단오르기 5회로 대신하고

다음 날부터 날마다 달렸다.

폭우가 쏟아지나, 태풍이 부나, 뙤약볕이거나 가리지 않고

처음에는 저녁에 달렸다.

퇴근하고 돌아와 홈트 운동하기 전에 후딱 달리기

나름 괜찮았는데 홈트할 때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하여 아침달리기를 감행했다.

출근이 이르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고 

해가 뜨기 한참 전이라 많이 깜깜하여 겁나지만 해보기로 했다.

하다 힘들면 말면 되니까.

비오는 날이 더러 있었다.

비올 때는 밖에 나가는 거 아니라고 엄마가 늘 말했기에 두려웠고, 

또 하나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비올 때 까만 우비 입은 이의 실루엣이 보이고 사건이 생기고...

무서워 나갈 궁리를 못하다가

마음이 하고 싶어 한다고 계획했고 또 말했고.

해야만 했다.


아파트 불빛 사이 폭우가 비췄으나 나갔고 달렸는데

괜찮았다. ㅎㅎ

계속 괜찮을 거 같았다.

그날부터 폭우는 달리기를 못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되려 콧노래 흥얼거리며 더 즐겁게 달렸다.


거의 매일 아침, 아니 새벽에 달렸다.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외고

안풀리고 있는 업무를 생각하고

중딩이 아이와 더 친하게 지내는 법을 고민하고

좋은 영화, 책,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막바지 힘들어 모든 생각이 없어지며 멘탈 붙들고 ...

그러다 튀어나온 보도블럭을 못보고 자빠지고

매일이 이런 날들이었다.


점차 시간이 흐름에 일상이 되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언저리 시간에 깨고

깨면 벌떡 일어나 준비운동 후 나서고

달림 후 땀을 한바가지 쏟으면서도 미소가 맴돌았다.

모든 힘이 다 빠지며 끝냈다는 안도감일거다.

하여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하면 되는.

날마다 그냥 달린 게다.


100 일을 온전히 달린다는 생각을 못했다.

불가피하게 하루쯤 빠질 수 있고,

추석 명절이라는 변수도 있었고,

히안하게 시간이 만들어졌고 달리기를 했고.

어떤 방해물도 없이 매일 달림이었다.ㅎㅎ


어느 날부터는 100일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1km당 속도를 조금만 더 빨리 달려 기록을 올려보자, 보스톤을 가보자 하는 생각이 사라졌다.

그저 달리고 있는 그 순간이 좋았다, 또 재미가 있었다.

어떤 것과도 연결되거나 관계됨 없이

내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그 순간의 기쁨이 있었다.

빠른 풀코스 기록을 내어 보스톤을 갈 수 있어도 무한 영광이지만, 아니어도 괜찮은 거다.

어디서든 달릴 수 있는 거니까.


이제 100일 챌린지는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 기다린다.

겨울이 되어 추워진 날씨에 달리기가 버겁고 힘들 것이다.

어떻게 계획하고 무엇을 행동할 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여전히 달릴 것이다.

재밌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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