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잖아!?!

김춘화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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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아이가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일하는 엄마는 방학마다 아이의 점심이 최대 난관이다.

- 점심 뭐해줄까?

: 김밥

- 알았어.


지난 금요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재료 손질에 밥을 앉혀서 정성들여 쌌다.

김밥말기에 인간문화재 저리가라 정성 쏟지만 늘 어설프다. 재료가 밥 사이 정가운데 예쁘게 자리하게 싸는 게 포인트인데 한쪽으로 쏠리기 일쑤다.

어쨌거나, 다음을 기약하며 싸놓고 정리하고 출근했다.

퇴근 후, 맛이 어땠냐 하니 정말 맛있었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얘기하고

다음주엔 뭐 싸줄까 물었다.

: 김밥

-  ㅡㆍㅡ

  엄마가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쁘고 김밥 싸기엔 힘이 드는데 다른 거 하면 어떨까?

: 싫어, (김밥)해줘...

- 아침이라 시간이 많이 없는데..... 유부초밥 어떠니? 거 해줄께

  내심 좀더 간단하고 쉬운 걸 얘기했다

: 싫어, 김밥 해줘, 해줘~~~

- 아니 김밥말고 다른 거 해줄께, 거 먹자, 응?

: 싫어, 김밥 먹고 싶단 말야

- 아니 왜 그렇게 김밥만 고집하니?

: 맛있잖아!?!

- ........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아이의 말은 사실이니까.

간장 찍어 그냥 먹어도 고소한 김에

참기름과 소금 간으로 무친 시금치, 볶은 당근, 계란과 그 외 단무지, 햄, 게맛살 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먹는 김밥.

나도 참 좋아한다.

손이 많이 가서 잘 하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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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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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거 말고 별 수 없다.

하여 오늘 아침에도 김밥 말아두고 일어나 출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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