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엮인 작은 생각

김춘화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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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빵을 사러 간다

눈내린 다음 다음 날 

날이 차가워져 길은 얼어붙고

바람마저 불어 쨍한 햇살 아래 더 추운 날

베란다 창으로 아이를 본다

저렇게 혼자 슈퍼에 갈 정도로 자란 아이구나


한동안 지켜보고 섰는데

빈손으로 돌아온다

빵이 있었는데 유통기한이 오늘까지란다

지금 당장 먹을 건데, 그럼 사지 했더니

빵이 너무 커

양이 많다는 말이다

유통기한이 딱 오늘까지인 너무 많은 빵을 

식구라고는 셋인 우리들이 다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 

사지 않았단다


아이는 모든 것이 점점 자라고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때마다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 여긴다

간혹 도움을 청하겠지만 나의 생각을 말할 뿐

결정은 아이의 몫으로 오롯이 남겨 놓아야 한다

아이의 고유 영역에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빌어 세상에 왔어도 다른 인격체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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