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스 부호처럼

김춘화
2023-01-11
조회수 462


통근 거리가 편도 1시간 반 정도라 이른 아침에 나선다.

겨울이라 아주 깜깜한 때에 나서는 것이다.

아이는 자다 말고 깨서 현관에서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내려서 아파트 안을 관통할 때 쯤, 엄마 안녕, 엄마 안녕 또다시 인사 한다.

거실에서 나를 보는 아이에게 뒤돌아 손흔들어 주고 커다란 하트를 보내고 종종 걸음으로 버스타러 간다.

놓치면 10 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거실 인사할 때 아이는 손전등으로 나를 비춘다.

별도 달도 자는 불빛 드문 밤에 엄마가 가는 길을 비춰주는 일을 겨울 내내 자다 말고 하고 있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 뭔가 울컥 한다.

계속 단잠을 자고 싶을 건데, 많이 추울텐데 하는 엄마의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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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는 손전등을 깜빡깜빡하는 것을 과학 책에서 읽은 모르스 부호 쯤으로 여기고

아침마다 엄마와 하는 재미난 놀이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뛰어가던 엄마가 가다말고 서서 반응해주는 그 신나는 기분을 즐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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