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도니아의 꿈에 묻어 - 부제 : 나의 친구 쭈쭈바 or 장삼룡

김춘화
2020-12-02
조회수 510

J와 나는 같은 학년에 학번 끝자리 하나 차이였습니다. J 13나는 14.

4명 씩 묶음으로 되는 조별 과제에 있어 항상 같은 조가 되었고 꽤 큰 키에 속하는 J와 매우 아담한 내가 함께 다니면 눈에 띄는 모습이었습니다학교에 가면 늘 J를 찾았고 J 또한나를 찾아 썸도 아니고 커플도 아니고 그냥 그런 사이로 참 즐거웠지요.

히말라야에는 설인이 정말 살까한 번 보고 싶은데 그런데 너무 추워서 어째 가나… J야 너가 먼저 가바바나는 산악부원이고 산에 다니며 몸이 단련됐으니 분명 너를 따라 잡을거야 ~~~”

웃기고 있네, C야 그래도 내가 긴다리로 보나 뭘로 보나 너보다는 먼저 가지 않겠니?”

야, 무슨소리!  J야 너는 다리만 길었지, 오래 못걷잖너무 말라 히마리가 없어너 맨날 힘들다고 쉬어 가자구 하잖어?”

“ 나 히마리 있거등?”

“ 그래그래너 히마리 있다그러니 나 업고 학교 한 바퀴만 돌아주라내가 업히는 거 최고로 좋아 하잖아? “

 

맨날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낄낄거리고 웃어댔지요.

잔소리쟁이 J는 문학, 역사, 정치 등 많은 부분에서 통하여 낮에 저렇게 놀고도 밤에 전화기 붙들고 또 한 시간 넘게 통화하고 그랬습니다.

만나면 또 얘기하고.

고딩 시절 시 동호회를 했다며 본인의 닉네임이 새봄이라고 얘기하고 쓴 시를 들려주던 J.

저는, 시집은 빨리 읽어서 참 좋아, 내가 시를 몰라 그러는데 먈야, J야 대단하다며 추켜주곤 했어요. J에게는 욕 얻어먹고 뭐가 좋다고 또 깔깔거리고


독자로 귀한 아들이라 육방(6개월 방위)을 가면서 갖은 호들갑과 불안(?)증세를 보이던 J를 한 달 이상 위로해줘서 보냈더니 학교로 편지를 보내 네가 보고 싶어 퇴근 후 허벅다리 꼬집으며 참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고, 본인의 군복 입은 모습에 같은 버스 탄 여고생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며 여전한 허세쟁이였어요. 친구들은 편지의 진위를 밝힌다며 청문회까지 열었기에아무 사이 아니고 그냥 좀 친한 친구다 그 잔소리쟁이에 시켜먹기 좋아하는 J를 어느 누가인생이 불쌍해서 이 누나가 거두는 것 뿐이야 공언했습니다정말 그랬구요.

무슨 노래자랑인가를 했는데 다른 거는 모르겠고 J가 불렀던 노래 가사에 쭈쭈바 껍데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노래를 처음 들었고 쭈쭈바 껍데기의 의미도 모르기에,  J야 쭈쭈바가 뭐냐며 만나기만 하면 물었어요군대 갔다 온 선배들은 웃느라 뒤집어지고

학교를 졸업해도 J는 쭈쭈바라 불렸습니다지금까지도.

장삼룡은 장국영과 연관이 있는데, 그 시절 우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장르가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의 장국영너무 멋졌어요

장국영이 광고한 투유 초콜릿은 정말 말도 못할 인기였지요우리의 영웅 장국영님과 J는 앞머리 길어 눈썹를 덮는 7:3가르마, 헤어스타일이 정말 비슷했어요얼굴은 주름살이 많아 배삼룡 닮았다고 놀리고, 다른 이들이 물어보면 설명한다고 머리는 장국영, 얼굴은 배삼룡 합쳐서 장삼룡으로 불렸습니다.

얼마 간은 쭈쭈바지루할 무렵에는 장삼룡 번갈아 불러 제끼며 낄낄 거렸고, J는 둘 다 엄청나게 싫어 했습니다.

 

미래는 미래고 지금은 지금이라 지금의 즐거움에 둘러싸여 청춘을 소비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좋았고 슬펐던 우리들.

본인의 결혼 계획을 제게는 말해야 할 거 같아 일부러 저를 찾아왔던 J, 그 자리에서 굳이라며 축하한다고 잘살아라고 말했는데 이상하게 J와 나눈 수많은 추억이 사라지는 느낌에 슬펐습니다.

이렇게 J를 떠올립니다

선명하고 또렷한 그 때 ,그리고 눈부신 우리들 


에필로그 : 이 얘기를 쓰면서 고소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으나 J는 페인팅레이디를 모른다고 감히 우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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