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하얀 운동화

페인팅레이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ㅣ넥타이, 하얀 운동화




회사에 들어온 지 오 년 동안 넥타이는 네 개만 맸습니다.
넥타이는 때가 타는 물건이 아닌지라
닳아서 색이 바랠 때까지 해마다 하나씩 바뀌던 넥타이.
몇 년 전 <나비 넥타이>라는 단편을 읽은 적 있습니다.
늘 나비 넥타이만 매는 노신사.
험담하는 세상에 사람들은 그 나비 넥타이를 흉보느라
다른 면에선 차라리 너그러워 지더라는 내용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하얀 운동화만을 신고 다니시던 아버지.
군대를 제대하고 아버지께 인사 드리러 갔을 때,
형제들 학비 대느라 지쳐 있던 아버지가
고생한 아들에게 무어라도 하나 해주고 싶으셨던지
읍내 장터에서 운동화 한켤레를 사주셨습니다.
하얀 신발을 신어야 정신이 맑아지는 거라고...
깨끗이 신고 똑바로 걸어야 바르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아버지와 나란히 까만 자장면을 먹고 하얀 운동화를 신고 정류장으로 가는 길,
언제나처럼 익숙한 물음과 대답과 침묵들...
벚꽃은 애써 초연하고, 햇살은 어울리지 않게 그리 찬란하던지...






애써 웃음 지으며 도시로 향하는 버스 안,
푸석하게 말라버진 아버지 손목의 파아란 핏대를 바라보며
고집스레 버텨오신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고
말없이 비벼주시던 자장면, 쓸쓸히 건네시던 독한 소주 한잔을 생각합니다.




▷ 그림동화는 2000~2002년도 작업으로 <연애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2004년 휴먼앤북스를 통해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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