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송이 수선화

페인팅레이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ㅣ일곱송이 수선화



군대에서 만난 백희, 시를 쓰며 살았던 탓에 군 생활이 몸에 맞지 않았던 사내,
고참들의 얼차려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공양간 문짝처럼 그의 입은 늘 조용히 닫혀 있었다.
새처럼 가늘고 여리던 백희, 어느 날 중대 회식 자리에서 그가 문득
노래를 부르겠다며 과감히 일어서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소란스런 술자리, 의아해하는 고참들의 표정을 뒤로하고
백희는 양희은의〈일곱 송이 수선화〉를 나직이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도 엉뚱한 노래였는지라, 모두 ‘저놈이 큰일을 내는구나’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그는 한치의 동요 없이
그 긴 노래를 4절까지 마치고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도도하고 거대하게 느껴지던지,
마치 거대한 세상을 향해 나직이 외치는 투쟁가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지금도 길을 가다 꽃가게 앞을 지날 때면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잃어버린 것 같은 세상 속에 조용히 나부끼던, 친구의 깃발 같던 일곱 송이 수선화.




▷ 그림동화는 2000~2002년도 작업으로 <연애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2004년 휴먼앤북스를 통해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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