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페인팅레이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ㅣ우산


나는 작고 예쁜 우산 속에 서 있었습니다.
조심히 움츠리고 살아가면 가녀린 어깨가
젖지 않는다는 것도 우산 속에서 배웠습니다.
우산 없이 빗속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가진 우산에 대한 고마움이 사무치곤 했지요.



사람을 들뜨게 하는 것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었으나,
우산 속 안락에 젖어들 때면 빨려들 것 같은 빗물이 두려워
접었다 폈다 똑같은 행위만 반복하곤 했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쓸쓸하고 더디었지요.




그러다 어느 날 우산을 던져버렸습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 십 년 후에도 이 우산이 비를 막아줄 수 있을는지,
그 세월 동안 누르고 살아가야 할 답답함이 오히려 막막하여서…




우산이 없으니 비 내리는 거리가 모두 내 것만 같습니다.
비를 맞고 뛰어가는 사람들이 웃는 것도 보입니다.
세상엔 갈 곳도 배울 것도 너무나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차오르는 행복감은
살아온 어떤 세월보다 뚜렷합니다.





Mondo Grosso - 1974 Way Home (cover)


▷ 그림동화는 2000~2002년도 작업으로 <연애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2004년 휴먼앤북스를 통해 출판되었습니다.
  본 홈페이지의 모든 그림과 게시물은 상업적 용도 외에 출처를 밝히시고 퍼가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