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페인팅레이디 어른을위한 그림동화ㅣ음악회



그녀와 가기 위해 음악회 1등석 표 두장을 샀습니다.
그녀가 하늘색 정장을 입고 내 곁에 앉아 있을 생각만 하여도
마음은 뭉게뭉게 구름속을 걷습니다.



어떻게 말을 건넬까 하루종일 눈치만 살핍니다.
"싫어요" 한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찢어버릴까 하는 갈등에 밥먹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토요일 오후,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별처럼 따뜻한 환희가 되고, 한편의 휴지조각처럼 가벼운 일상일텐데,
누군가를 마음에 품은 그 순간부터 한없는 외로움에 처절해 집니다.
그래서 혼자 먹는 밥에, 혼자가는 극장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음악회엔 조용한 빈의자가 나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주머니 속의 건네지 못한 표를 만지작 거리며
다시,설레임 없는 시간으로 돌아와 홀로 앉아 있습니다.




이병우-이젠 안녕


▷ 그림동화는 2000~2002년도 작업으로 <연애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2004년 휴먼앤북스를 통해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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