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이정록
내가 자동차 밑을 좋아하는 까닭은
덩치 큰 것들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지
나를 만나려면 눈을 내리깔고
무릎걸음으로 기어 들어와야 하지
고독을 아는 자는 그늘을 사랑하지
내 몸은 저음을 내쉬는 목관악기
자기 몸을 연주할 줄 안다는 건
어슬렁거릴 특권이 생겼다는 것이지
내가 담장 위를 산보하는 까닭이지
우쭐거리고 싶으면 따라 해 봐
나는 한 치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지
내 꿈은 새털구름을 연주하는 것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보지
그러니까 넌 내 친구가 확실해
난 네 가슴속 먹구름의 환한 등짝을 알지
쥐새끼들을 부르르 떨게 할
무시무시한 악보를 협연할 수도 있지
누가 가슴속에다 악기를 넣어 두겠어
스스로 문을 닫고 처박힌 게 아니라
태풍의 눈을 지휘하고 싶은 거지
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 때
이정록 시집 <까짓것> 창비교육 2019
내가 자동차 밑을 좋아하는 까닭은
덩치 큰 것들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지
나를 만나려면 눈을 내리깔고
무릎걸음으로 기어 들어와야 하지
고독을 아는 자는 그늘을 사랑하지
내 몸은 저음을 내쉬는 목관악기
자기 몸을 연주할 줄 안다는 건
어슬렁거릴 특권이 생겼다는 것이지
내가 담장 위를 산보하는 까닭이지
우쭐거리고 싶으면 따라 해 봐
나는 한 치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지
내 꿈은 새털구름을 연주하는 것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보지
그러니까 넌 내 친구가 확실해
난 네 가슴속 먹구름의 환한 등짝을 알지
쥐새끼들을 부르르 떨게 할
무시무시한 악보를 협연할 수도 있지
누가 가슴속에다 악기를 넣어 두겠어
스스로 문을 닫고 처박힌 게 아니라
태풍의 눈을 지휘하고 싶은 거지
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 때
이정록 시집 <까짓것> 창비교육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