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장마 - 강기희

김춘화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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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메고 읍에 간다

철벅철벅 물길을 걸어 읍에 간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간다

먹을 양식도 사고 어머니 혈압약도 타 드리러

비 내리는 물길을 걸어간다

발도 시렵고 손도 시려운 봄장마

내가 태어나던 해에도 봄장마가 덜컥 졌다지

읍에 미역 사러 갔던 아버지 아흐레 만에 돌아왔다지

비는 내리고 땔감은 없고 먹을 것도 없던 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 했지

어머니는 내가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했지

봄장마는 또 덜컥 지고 읍에는 가야 하고

사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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