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3 - 유하

김춘화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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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판 마분지 소설

휴먼 다이제스트로 영어를 공부했고

해적판 레코드에서조차 지워진 금지곡만을 애창했다

나의 영토였던 동시 상영관의 찌린내와, 부루라이또 요코하마

양아치, 학교의 개구멍과 세운상가의 하꼬방,

난 모든 종류의 위반을 사랑했고

버려진 욕설과 은어만을 사랑했다


나는 세운상가 키드, 종로3가와 청계천의

아황산 가스가 팔할의 나를 키웠다

청계천 구루마의 거리, 마도의 향불 아래

마성기와 견질녀, 꿀단지, 여신봉, 면도사 미스 리

아메리칸 타부, 애니멀, 뱀장어쑈, 포주, 레지, 차력사……

고담市의 뒷골목에 뒹구는 쓰레기들의 환희, 유혹

나의 뇌수는 온통 세상이 버린 쓰레기의 즙,

몽상의 청계천으로 출렁대고

쓸모 없는 영혼이여, 썩은 저수지의 입술로

너에게 무지개의 사랑을 들려주리

난 구정물의 수력발전소

난지도를 몽땅 불사른 후의 에너지


세싱이 나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태양의 언어 밖에서

난 노래한다, 박쥐의 눈으로 어둠의 광휘를

난 무능력한 자이므로, 풍자한다

호화 양장본 세상의 기막힌 마분지성에 대하여


나는 부유하는 육체의 세운상가

곰팡이를 반성하지 않는 곰팡이

그리하여 곰팡이꽃의 극치를 향해가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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