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다리가 언제부터 저릿저릿 아프다.
해가 갈수록 아픈 게 더한 거 같다.
척추관협착증인가, 뭐라더라,수핵탈출증?
어쨌든 늙어 생긴 퇴행성 변화가 틀림없어.
그래도 은퇴를 한 뒤니 얼마나 다행이냐.
잘 적에는 아프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절뚝이지 않고 걸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나이 들면 어디가 아픈 것은 흔한 일인데
그게 사람을 좀 겸손하게 만드니 다행이다.
물론이지, 부자가 못된 것도 다행이다.
냉동 생선같이 차가운 눈을 안가져도 되니까.
힘이 달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도
조금은 조용히 말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것도
나이 들어가는 내 안이한 머리에는 다행이다.
제일 다행인 건 들은 듯한 곳으로 향하는 걸음,
그 길에서 가끔 들리는 따뜻한 음성의 위안,
누구는 그게 다 생각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댈 곳이 늘 있으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서 혼자일 때, 세상을 헤맬 때
손잡아주는 동행이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 2020
왼쪽 다리가 언제부터 저릿저릿 아프다.
해가 갈수록 아픈 게 더한 거 같다.
척추관협착증인가, 뭐라더라,수핵탈출증?
어쨌든 늙어 생긴 퇴행성 변화가 틀림없어.
그래도 은퇴를 한 뒤니 얼마나 다행이냐.
잘 적에는 아프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절뚝이지 않고 걸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나이 들면 어디가 아픈 것은 흔한 일인데
그게 사람을 좀 겸손하게 만드니 다행이다.
물론이지, 부자가 못된 것도 다행이다.
냉동 생선같이 차가운 눈을 안가져도 되니까.
힘이 달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도
조금은 조용히 말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것도
나이 들어가는 내 안이한 머리에는 다행이다.
제일 다행인 건 들은 듯한 곳으로 향하는 걸음,
그 길에서 가끔 들리는 따뜻한 음성의 위안,
누구는 그게 다 생각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댈 곳이 늘 있으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서 혼자일 때, 세상을 헤맬 때
손잡아주는 동행이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