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는 시간 – 상해식당에서 며칠 - 이병률

김춘화
2024-10-31
조회수 107


중국식당 주방에는 의자가 없었지

누구도 앉지를 않았으니까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유일하게 밀가루 포대


나는 만두를 빚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지

시간을 뚝뚝 잘라 밀대로 밀고

시간을 푹푹 퍼서 손바닥만한 세계에 담는 시간


주방에서 막일을 하는 나였는데

내가 떠나야 할 날에는

당신이 나에게 자꾸 뭐라 그랬지

난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한자로 써달라고 했는데


당신이 작업대 위에

하얗게 밀가루를 뿌리고는 이렇게 썼지

가지 마요, 안 가면 안 되나요


눈빛을 교환하면 안 될 것 같아

그 시간을 툭 잘라 버리고 싶은데


어딘가에 좀 앉아있어야겠는데

그러지 않으면 힘이 풀려 터져버린 세계가

와르르 쏟아져버릴 것 같은데


상해 중국식당 주방에는 정말이지 의자가 없었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