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가는 길 - 강외숙

김춘화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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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가득 밀물이 차오르면

일렁이는 물살을 비우러 바다에 갔다

더는 외로지도 않고

더는 울지도 않는

나를 비우러 바다에 갔다


바다로 가는 길은 언제나 멀었다

알 수 없는 표정의 도시를 지나면

들불이 너울너울 바람과 몸을 섞고

더러는 여윈 억새가 숨죽여 울기도 했다

퉁퉁 부은 낯 달은

누운 어머니 얼굴로 따라오고 있었다


오이도 종점

횟집 사내가 그의 바다를 외칠 때

가랑잎처럼 마른 노인의 등짐 위엔

어둠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길은 있었고

길은 없었다


끝내 닿을 수 없는 섬 하나

오래오래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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