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홍윤숙

김춘화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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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험한 산, 깊은 계곡 우거진 숲을 지나는 법

별 하나 사랑하고 기다리고 끝내 이별하는 지혜를

다리를 놓아야 마을에 이르고

비를 맞아야 무지개를 보는 것도 알았습니다.

가는 목 휘청거리며 땅으로 낮게 낮게 질경이로 펴져서

밟히고 다져지는 법도 배우고

무거운 마음의 진흙더미 털어 내고

모습 없이 가벼운 바람이 부는

무소유의 자유도 일러 주었습니다.

이제 그가 전해줄 마지막 말은

어두운 밤길 등불 없이 산을 넘어

어느 날, 예고 없이 세상 끝에 닿는 일

그 마지막 가르침을 듣기 위해 나는

날마다 하늘로 귀 열어놓고

끄슬린 창들을 닦습니다.

세상에 매운 연기 아직도 자욱해

닦으면 끄슬리고 끄슬리면 다시 닦고

오직 그 한 가지 일에 온 날을 지샙니다.

슬프지도 않은 눈물 가끔 옷깃을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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