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침에 대하여 - 송수권

김춘화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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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가는 삶은 박치기지만

곡선으로 가는 삶은 스침이다

스침은 인연, 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온다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 송이를 스쳐가듯

스쳐가는 것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스침은 가벼움, 그 가벼움 속에

너와 나의 온전한 삶이 있다

저 빌딩의 회전문을 들고나는 스침

그것을 어찌 스침이라 할 수 있으랴

그러니 스쳐라, 아주 가볍게

덕수궁이나 한강 둔치를 걸으며

우리는 어제라고 말하지만 어제의 문은

스쳐갔을 뿐

단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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