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는 시계 - 나태주

김춘화
2019-02-20 09:12
조회수 92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어,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깨닫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또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 

시도 쓸 만큼 써보았으니 

나도 인제는,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 내 몸 속에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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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언제쯤 마음을 놓고 저리 살 수 있게될까 생각케 하는 시예요.
나중에 나중에 천천히 가는 시계 갖고 저렇게 살게 되겠지만, 하지만 저렇게 살게 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할일없이 한두주를 보내고 나면 쫒기듯 조급하고 스스로에게 불만족스러워지는 병때문에 저런 날을 언제 맞이할까 싶어요. 벌써 봄이라니, 봄은 좋은데 일이월엔 뭐를 했나 싶어 한편 괴로운 마음으로 삼월을 맞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