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곽재구

김춘화
2023-09-18
조회수 120


무신론자의 종교

가을의 꽃향기

종탑의 아기 종에게 하늘의 음계를 일러주는 초승달

호숫가의 나무의자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당신이 있어 세상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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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기사. 열아홉 살에 도박 빚에 쫓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속기해주며 만나 스무 살에 결혼했다. 한 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스물다섯 살 연상의 신랑은 결혼식장, 신부의 가족 앞에서 뇌전증 발작을 일으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신혼집 월세가 50루블이었는데 빚은 2만 루블이었다.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며 자신이 직접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출간해 빚을 다 갚았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비롯한 만년의 작품들은 이이가 마련한 경제적 안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서른다섯 살에 혼자가 되었는데 왜 재혼하지 않느냐 물으면  내가 도스토옙스키와 살았는데 다른 누구와 또 살 것인가?  라고 말하였다.  2017년 가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그의 사진을 보았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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