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씨 한알 묻었다
나는 대지의 곳간을 열기 위해
가까스로 땅에 열쇠를 꽂았다
산수유 가지에 새가 앉았다가
곁들여 무슨 생각 하더니 날아간다
꽃 이름을 몰라서 가웃거렸을까
새야,
다음에 올 때는 식물도감 들고 오너라
…
벚꽃이 매달렸던 그 자리에
벚꽃을 잊지 않으려고
버찌가 열렸다
모란 옆에 편지를 써서 보내면
죽은 누나 살아와서
설거지하느라 바쁠까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잔디 깎다가
방아깨비 두어마리 허리도 잘랐다
그러고도 나 저녁밥 잘 먹었다
더이상 시끄러지지 않게
미나리는 발목을 얼음장 속에 넣었다
이름에 매달릴 거 없다
알아도 꽃이고 몰라도 꽃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
호박씨 한알 묻었다
나는 대지의 곳간을 열기 위해
가까스로 땅에 열쇠를 꽂았다
(…)
산수유 가지에 새가 앉았다가
곁들여 무슨 생각 하더니 날아간다
꽃 이름을 몰라서 가웃거렸을까
새야,
다음에 올 때는 식물도감 들고 오너라
…
벚꽃이 매달렸던 그 자리에
벚꽃을 잊지 않으려고
버찌가 열렸다
…
모란 옆에 편지를 써서 보내면
죽은 누나 살아와서
설거지하느라 바쁠까
…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
잔디 깎다가
방아깨비 두어마리 허리도 잘랐다
그러고도 나 저녁밥 잘 먹었다
…
더이상 시끄러지지 않게
미나리는 발목을 얼음장 속에 넣었다
…
이름에 매달릴 거 없다
알아도 꽃이고 몰라도 꽃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