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가까워 추위 잠깐 풀린 어제 저녁
시의 혈관 건강 살피는 비평가 이숭원 교수와
사당동 조그만 횟집에서 만나 한잔하다가
그만 내 뇌혈관 상태 들키고 말았다.
운 떼려다 멈칫하게 만든 낱말,
신문이나 휴대폰에서
매일 두세 번씩 만나고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모일 때
내가 그 병에 걸리면 집에 두지 말고
즉시 요양원 보내라고 여러 차례 당부한
그 말,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아
그만 디멘셔(dementia) 하고 말았다.
이리저리 설명하니 이 교수가 치맵니다, 했지.
한평생 영어로 먹고산 셈이지만
매일 뇌에서 영어 낱말 열 개씩 지워지는 지금,
별일은 참 별일이다.
바로 조금 전 글 쓰다 어제 그 말 넣으려 하자
이번에도 영 떠오르지 않아
할 수 없이 사전 꺼내 dementia를 찾았다.
루마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유대 종족 말살 행한 독일인의 말로 시를 쓰며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 센강에 몸 던진
시인 파울 첼란,
그가 독일어로 마신
‘검은 우유’*가 새삼 생각나는 아침이다.
* 파울 첼란, 「죽음의 둔주곡」에서
입춘 가까워 추위 잠깐 풀린 어제 저녁
시의 혈관 건강 살피는 비평가 이숭원 교수와
사당동 조그만 횟집에서 만나 한잔하다가
그만 내 뇌혈관 상태 들키고 말았다.
운 떼려다 멈칫하게 만든 낱말,
신문이나 휴대폰에서
매일 두세 번씩 만나고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모일 때
내가 그 병에 걸리면 집에 두지 말고
즉시 요양원 보내라고 여러 차례 당부한
그 말,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아
그만 디멘셔(dementia) 하고 말았다.
이리저리 설명하니 이 교수가 치맵니다, 했지.
한평생 영어로 먹고산 셈이지만
매일 뇌에서 영어 낱말 열 개씩 지워지는 지금,
별일은 참 별일이다.
바로 조금 전 글 쓰다 어제 그 말 넣으려 하자
이번에도 영 떠오르지 않아
할 수 없이 사전 꺼내 dementia를 찾았다.
루마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유대 종족 말살 행한 독일인의 말로 시를 쓰며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 센강에 몸 던진
시인 파울 첼란,
그가 독일어로 마신
‘검은 우유’*가 새삼 생각나는 아침이다.
* 파울 첼란, 「죽음의 둔주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