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너는 아름다운 생각만 하니? - 권현형

김춘화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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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가닿는 오후 햇살이 소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던 너는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지나온 여러 생을 위해 기도할지


화를 잘 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지

궁금했다, 네 눈처럼 너는 아름다운 생각만 할까


세상에서 제일 작은 사원에

촛불 두 개만 켜놓고 소원을 빌 거다

듣는 귀가 멀리 느껴진다면

사원의 벽에 바로 속삭이면 되겠지

벽이 알아들으면 다 이루어질 거다


벽 쪽을 향해 벌서듯 오래 함께 서 있자

석양이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질 때까지

모든 길을 다 걸어, 모든 길을 다 잃어

하고 싶은 일은 아름다운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 일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와 소금을 넣어 끓인

수유차를 너와 함께 마시는 일

찻주전자가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그늘이라고는 한 점도 섞이지 않아

지독하게 파란 페인트를 낡은 나무 대문에

절반만 칠하고 게으르게 살고 싶다

색감이 밝은 옷감처럼 웃음의 뼈까지

명랑한 웃음소리를 갖고 싶다 오늘처럼 인생이 초라한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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