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암 - 공광규

김춘화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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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를 따라 늙어가는 나도

잘 익은 수박 한 통 들고

법성암 부처님께 절하러 갔다

납작 납작 절하는 어머니 모습이

부처님보다는 바닥을 더 잘 모시는 보살이다

평생 땅을 모시고 산 습관이었으리라

절을 마치고 구경 삼아 경내를 한 바퀴 도는데

법당 연등과 작은 부처님 앞에 내 이름이 붙어 있고

절 마당 석탑 기단에도

내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오랫동안 어머니가 다니며 시주하던 절인데

어머니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는 평생 나를 아름다운 연등으로

작은 부처님으로

높은 석탑으로 모시고 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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