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수첩에 적힌 이름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는 일로
한 해를 시작한다 늘 그랬듯이
몇몇 이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고
구멍을 빠져나온 이름들이
천천히 망각의 강을 건너는 동안
새로 나타난 이름들이
빈 구멍들을 메워 가리라
내가 수첩을 정리하는 동안
누군가의 수첩에도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빠져나온 내 이름이
새로운 구멍을 찾아다니리니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던 순간부터 시작된
이 무미건조한 작업이 끝나는 날
내가 돌아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그 날의 쓸쓸함을 위해, 새해여
나는 너에게 무엇을 바쳐야 하겠니
그 동안 버린 낡은 수첩들만큼이나 두꺼워진
내 얼굴을 갈고 닦는 일 말고
열심히 갈고 닦아 투명해지는 일 말고.
낡은 수첩에 적힌 이름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는 일로
한 해를 시작한다 늘 그랬듯이
몇몇 이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고
구멍을 빠져나온 이름들이
천천히 망각의 강을 건너는 동안
새로 나타난 이름들이
빈 구멍들을 메워 가리라
내가 수첩을 정리하는 동안
누군가의 수첩에도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빠져나온 내 이름이
새로운 구멍을 찾아다니리니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던 순간부터 시작된
이 무미건조한 작업이 끝나는 날
내가 돌아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그 날의 쓸쓸함을 위해, 새해여
나는 너에게 무엇을 바쳐야 하겠니
그 동안 버린 낡은 수첩들만큼이나 두꺼워진
내 얼굴을 갈고 닦는 일 말고
열심히 갈고 닦아 투명해지는 일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