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채집가* - 홍순영

김춘화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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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왜 하필 파랑을 집어든 거야

빨간 피를 보면 마음부터 멍드는 걸 알면서


밤새 움켜쥔 불안이 풀려나는 새벽

눈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어

파랑의 온도와 숨결


하루 치 일용할 양식을 저울 위에 얹었는데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다 던져버리고

파랑만 든 채 가볼까

손끝에서 흔들리는 눈망울을 쓰다듬으며


산란하는 빛으로 가득한 숲속에서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지


수줍게 자라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묻어

발목에 매달린 채 끌려다니던

의심과 배반을 묻어

흙을 파서, 다름 아닌 그 흙으로 덮어줄게

너무 무거워 쉬고 싶어 하는 것들


축축한 어둠 속에서 기다릴 수 있다면

울먹이며 피어나는 새파란 눈빛을 한아름 따줄게


까맣게 앉은 딱지처럼 두터워진 그늘을 걸치고

윤기 나는 오후를 함께 건너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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