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김춘화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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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했던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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