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김춘화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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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굽어보며

나무는 한 뼘의 그늘을 주었다

그늘에다 나무처럼

곧은 맹세를 적은 적 있다

누구나 헛되이 보낸 오늘이 없지 않겠으나

돌아보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슈마허도

세계를 흐느끼다 갔을 것이다

오늘의 내 궁리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산을 이해할까, 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어

흐리면 속썩은풀을 씹고

골짜기마다 메아리를 옮긴다

내 마음은 벼랑인데

푸른 것은 오직 저 생명의 나무뿐

서로 겹쳐 있고 서로 스며 있구나

아무래도 나는

산길을 통해 그늘을 써야겠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들이 떠들썩하기 전에

나무들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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