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편 - 이병률

김춘화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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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惡人)을 만났다

서쪽에서 왔다고 했다

내게 악(惡)을 달라고 했다


당연한 것은 그를

하루 동안 세  번 껴안고 잤다는 것이다

큰 바람 앞에서 불을 피우며

모르는 그 사람 어깨에 손을 올렸다는 것이다


깊고 추워서 힘이 되는 것들과

한쪽으로 몰려 돌아서지 않는 것들을

그 밤에 또렷한 것을 부르려 했다


악인을 만났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혈관에

숨을 불어넣는 거침없음이 보기 좋았다


탁자 밑에 공간이 있는 것은

손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그가

바람이 들어오는 쪽으로 들어왔다가

바람이 나가는 쪽으로 빠져나갔다

아프지 않았다


한 계절

나를 향해 많은 기침을 하는

악인을 만났다


악의 자국이  몸에 남아 파고들 때마다

다른 악인을 만나거든

살림을 살아야겠다는 뜻밖의 매혹에다

맹세를 하였다


악인을 만났다

우박처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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