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관하여 - 김경숙

김춘화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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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공평해서

누구와 누구를 편애하지 않는다


중력을 섬기는 것들

죄다 저의 끝을 갖고 있다

그런 끝이 없다면

보든 횡보든 어디서 쉴 것인가

너무 긴 여정을 일 년이나 한 달로

그것도 길다 싶으면 보통이나 일주일로

그리고 하루라는 지점을 만들어 놓고

그 끝에 들어 마침표를 꺼내 닦는 것이다


여름, 매일 저의 끝을 갱신하는

매미소리와 호박넝쿨들은 저의 끝을

품속에 자주 숨겨놓기도 하지만

휑한 가을에 다다르면

반드시 들어내고야 만다


끝, 그 말을 잘 섬겨야 하는 것이다


누구든 무엇이든 자신과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끝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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