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 허수경

김춘화
2020-06-27
조회수 36

 부르는 소리로 저리도 청량하게 흐를 수 있는 세상은 두렵습니다 아름다워진 것이 겁나고 오밀조밀하게 색칠한 것이 화장독 오른 계집 아침 분세수 세모시 옷깃 새로 페니실린 냄새가 납니다

 물결같이 이를 악물고 바스라지기도 하고 하지만 아래에 서면 빛나고 싶어 두려워집니다

 희끗희끗 칼금 그으며 지나는 바람이 나뭇잎 수척한 얼굴에 계절 굽이지는 길을 만들고 그 길 위에 내려앉아 우수수 몸을 떨지만 거미줄은 은빛으로 빛나도 나비는 거미에게 먹히고 불러세워 뒤돌아보아도 나는

 몇 광년 후에야 보는 별빛으로 먼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