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 - 박노해

김춘화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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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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