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 9길 - 안차애

김춘화
2024-07-30
조회수 139


골목의 기원은 바람의 행방이었을까요


골목은 점점 좁아지거나 꼬리를 감추며

바람의 영역이 됩니다


비탈 풀밭의 왼편을 감아 돌면

색색깔 수레국화가 바람의 얼굴을 얼버무립니다


달려가는 담벼락 그늘과 맞닿은 처마의 둘레가 샴 고양이를 낳고요


시시각각 개체수를 늘이는 골목, 혹은 검은 고양이들

숨은 발자국들은 바람을 풀어 옛날을 살찌웁니다


파밭과 개 짖는 소리를 헤치면

아홉 살 무렵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바람이 숨고 바람이 달리고 바람이 내 잔등에 숭어리숭어리 더운 숨을 토해놓던,

나는야 언제나 술래


비린 냄새처럼 자꾸 번지는 것이 있어

골목은 연신 다음 칸 또 다음 칸의 바람에 올라탑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기억의 회랑(回廊)이

술래의 시간을 맴도는 동안,


골목 아래의 이야기가 골목 위의 목소리에 접속 중입니다

바람이 소곤대는 방향으로 또 휘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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