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 박남준

김춘화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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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숲을 타고 스며드는
갓 구운 햇살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노을처럼 번져오는 구름바다에 몸을 싣고
옷소매를 날개 펼쳐 기엄둥실 노 저어 가보는 것
흰 구절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김치 김치 사진 찍고 있는 것
그리하여 물봉숭아 꽃씨가 간지럼밥을 끝내 참지 못하고
까르르르 세상을 향해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

바람은 춤추고 우주는 반짝인다
지금 여기 당신과 나
마주 앉아 눈동자에 눈부처를 새기는 것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연은 그런 것이다
나무들이 초록의 몸속에서
붉고 노란 물레의 실을 이윽고 뽑아내는 것
뚜벅뚜벅 그 잎새들 내 안에 들어와
꾹꾹 손도장을 눌러주는 것이다

아니다 다 쓸데없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연이란 만나는 일이다
기쁨과 고통,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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