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밀란 쿤데라

김계희
2022-06-24
조회수 215


베티나는 어느 편지에서 그에게 이런 말을 적었었다 :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려는 굳고 견고한 의지를 갖고 있답니다.』 진부하게 여겨지는 이 문구를 주의 깊게 읽어 보라. 『영원히』와 『의지』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중요성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미결로 미루지 않겠다.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바로 불멸이었다.

__

인간은 자기 이미지 외에 아무것도 아냐. 철학자들은 세상 여론 따윈 중요치 않으며, 문제는 우리가 어떤 인간이냐는 거라고 설명하겠지. 허나 철학자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인간들 속에 사는 한, 인간들이 우리를 보는 모습이 우리일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늘 신경을 쓰고,가능한한 호감을 주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은 협잡꾼이나 사기꾼으로 여기지. 그렇지만 나의 자아와 타인의 자아 사이에 눈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는 직접적인 접촉이 있을 수 있는가?사랑하는 사람의 생각 속에 비칠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불안한 탐색을 빼고서 사랑을 생각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타인이 우리를 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__ 

"사람들이 자네에게 다음의 두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고 상상해 보게. 첫째는 브리지트 바르도나 그레타 가르보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녀와 사랑의 하룻밤을 보내는 것. 유일한 조건은 아무도 그것을 몰라야 한다는 거네. 그러든가 아니면 그녀의 양어깨를 팔로 휘감아 안고 자네 고향의 대로를 산책하는 것, 절대 그녀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네. 나는 이 둘 중 사람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정확한 백분율을 몹시 알고 싶네."

"무슨 소릴 지껄이건간에 만약 그들이 선택을 한다면, 자네에게 장담하네만, 그 모든 사람들, 하나도 예외없이 모두가 사랑의 밤보다는 광장에서의 산책을 원할 거라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찬사지 관능이 아니기 때문이야. 겉모양이지 실체가 아니라구. 실체는 이제 어느 누구에게도 전혀 무가치하다네. 어느 누구에게도 말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