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날 - 천양희

김춘화
2024-11-16
조회수 16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가로수를 바라본다

구름이 느릿느릿

나무 위로 지나가고

햇빛이 느릿느릿

나무 밑을 지나간다

가로수는 어쩌면 누워 있던 땅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어느날 벌떡, 일어선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서 있다니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땅을 내려다본다

달팽이가 느릿느릿

풀밭을 지나가고

발자국이 느릿느릿

땅을 밟고 지나간다

땅은 어쩌면

서 있던 나무들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어느날 털썩, 주저앉은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주저앉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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