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 조병준

현파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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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


       조병준

       

검은 숲

나, 그곳에서 길 잃은 적 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산책길에 나섰다가

숲이 끝난 언덕에서

늦은 여름해에게 오래 작별 인사 하다가

푸른 구름이 붉은 지평선 잠재우는 모습 보다가

내 모든 지나간 시간들 까맣게 지워지고

어쩌면 더 이상 거쳐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무서워져서

어두운 숲길 빨리 걸어내려 오다가

길 잃었다


뿌리들은 뱀으로 기어가고

가지들은 길짐승으로 달려가고

잎들은 새가 되어 날아갈 때

검은 숲, 모든 이야기의 숲이 되어

나, 그 모든 색채의 숲에서

아주 길고 먼 시간을 살았다


검은 숲,

나 그곳에서 길 찾은 적 있다

아직도 그대에게 가르쳐 주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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