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시밭 - 안정옥

김춘화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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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있음으로

제 몸이 부풀다 터지면 5월이 오고

무성한 잎들이 그늘을 맞이하면

사방 모든 걸 볼 수 있는 도마뱀처럼

나무는 별 거리낌이 없다


격하게 흔들리는 건 언제나 바깥이다


아침, 벚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을 지나왔다

잎을 다 내린 나무들은 어두운 가지들을

속내처럼 들쳐 내 짐짓 그 길이 가시밭이다


가시들도 견디다 못해 글자의 생김새로

사람도 견디다 못해 중얼거림으로

그런 반복을 거치면 적막이다


누구는 생의 끝자락이 적막이라지만


나무가 온 삶을 비유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제 몸을 늘려대기만 한 것을


문득 눈이 녹듯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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