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한여름 낮의 꿈 - 천양희

김춘화
2022-09-14
조회수 19


후회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진 것이 바람 소리 물소리밖에 없어

새를 헤아려본 적도 있다

아베르 강을 생각하다

물결을 놓친 적 또 있다


한 생각이 새로이 집을 짓고

한 생각이 있던 집을 허물어

무엇을 해도 하는 것이 후회밖에 없어

나는 아직도 아픈 신발을 신고

어디로 가고 있나

그래도 하늘은 아무것도 슬프지 않고

바람은 아무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춤추는 자와 춤을 구별하겠는가


햇살은 햇살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무심한 한여름 낮


어느 구름이 바람 때문에 흩어지겠나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궁색한 궁리를 한다 해도

내가 아무리

아무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바람만 생각하자 해도

나는 계속계속 생각하게 되지

생각해보면 후회는 내가 지은 그늘 농사이기도 한 것

매미가 운다

인생은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 일본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에서




천양희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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