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고정희

김춘화
2022-09-17
조회수 12


잔설이 분분한 겨울 아침에

출근 버스에 기대 앉아

그대 계신 쪽 이거니 시선을 보내면

언제나

적막한 산천이 거기 놓여 있습니다

고향처럼 머나먼 곳을 향하여

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나와 엇갈리는 수십 개의 들길이

무심하라 무심하라 고함치기도 하고

차와 엇갈리는 수만 가닥 바람이

떠나라 떠나거라 떠나거라

차창에 하얀 성에를 끼웁니다

나는 가까스로 성에를 긁어내고 다시

당신 오는 쪽이거니 가슴을 열면

언제나 거기

끝 모를 쓸쓸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무에 가리운 나지막한 야산들이

희미한 햇빛에 습기 말리는 아침

무막한 슬픔으로 비어 있는

저 들판이

내게 오는 당신 마음 같아서

나는 왠지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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