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견딘 가장 어두운 겨울 - 이응준

김춘화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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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방안에선 어두운 창 밖을

볼 수 없듯이

나는 그가 견딘 가장 외로운 겨울에 대하여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누군가

이 벽에 우두커니 기대어 빵 부수러기 같은 것들을

엄지와 검지 사이로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어디에 와 있는지 잘 모르겠어, 라는

혼잣말로부터 길고 우울한 편지를 쓴다 할 적에

당신이 왼쪽으로 두 번 혹은

오른쪽으로 훨씬 더 많이 뒤척이고 있다고 한다면

결국 지옥만큼 화려한 이 지구의 끝에는

엄청난 함박눈이 나리고

나는 그저 그 눈만큼 하얀 입김을 불며

멀고 차가운 길을 가고 싶을 뿐이다


누군들 모르겠는가

저마다의 가슴속에 사는 그가, 우리가 떠나 온 자리에

우리의 또 다른 이름인 그가, 

유년보다 더 아득한 

피안의 골방에서 

뭔가를 내게 끝없이 끄적이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아직은

스스로를 이겨냈다고 착각하는 우리가

그 누군가를

거기에 짐승처럼 버려두고

긴 밤 누벼

여기까지 홀로 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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