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상 속의 당신 - 박경리

김춘화
2022-11-16
조회수 22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 넝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묵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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