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개인사 - 허연

김춘화
2022-11-17
조회수 18


눈오는 밤. 소년이 산을 넘어간다.

흔한 일이다. 


그날 밤 나도 한수이북의 어느 산을 넘었다.

걸음을 옮겨야 했던 게

나의 일이었는지 세상의 일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얻는 슬픔은 죽은 자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들이었고

그래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았다


침묵하면 좋은 일이겠지만.

기억 사이사이로 따뜻한 강이 흘러

그것이 눈물인 척 하고 있었다.


그렇게 끝없이 세월이 무엇을 가져갔어도

새카만 강물의 심연은 아직도 보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 더 슬퍼졌지만

어디까지고

슬픔은 여전히 더 갈 데가 있는 것 같다


별을 올려다보면 이상하게

슬픔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산을 넘는 슬픔이

누군가를 태어나게 할 때 쓰였으면 좋겠다


슬픔의 비유가 고개를 들 때마다

태어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지고

나는 여전히 살아서 산을 넘는 몸을 가지고 있다

 

‘슬프겠구나’ 라고 말하면 슬퍼지는 것들이 있었다


 



계간 『청색종이』 2021년 창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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