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는 정오 - 안미옥

김춘화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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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속 물고기에게도 숨을 곳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낡은 소파가 필요하다

길고 긴 골목 끝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작고 빛나는 흰 돌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지나가려고 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진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복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진심을 들킬까봐 겁을 내면서

겁을 내는 것이 진심일까 걱정하면서

구름은 구부러지고 나무는 흘러간다

구하지 않아서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나는 구할 수도 없고 원할 수도 없었다

맨손이면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나는 더 어두워졌다

어리석은 촛대와 어리석은 고독

너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오래 기도했지만

나는 영영 나의 마음일 수밖에 없겠지

찌르는 것

휘어 감기는 것

자기 뼈를 깎는 사람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나는 지나가지 못했다

무릎이 깨지더라도 다시 넘어지는 무릎

진짜 마음을 갖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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