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

김춘화
2025-01-24
조회수 28


오래고 또 오랜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여러분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

애너벨 리가 살고 있었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사랑하니

그 밖에는 아무 딴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이였고 그녀도 아이였으나

바닷가 이 왕국 안에서

우리는 사랑 중 사랑으로 사랑했으나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조차도

샘낼 만큼 그렇게 사랑했다.


분명 그것으로 해서 오랜 옛날

바닷가 이 왕국에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왔고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하여

그녀의 훌륭한 친척들이 몰려와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버렸고

바닷가 이 왕국 안에 자리한

무덤 속에 가두고 말았다.


우리들 행복의 반도 못 가진

하늘나라 천사들이 끝내 시샘을 한 탓.

그렇지, 분명 그 때문이지.

(바닷가 이 왕국에선 누구나 다 알다시피)

밤 사이 구름에서 바람이 일어나

내 애너벨 리를 얼려 죽인 것은 그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

우리보다 훨씬 더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 사랑은 훨씬 더 강했다.

위로는 하늘의 천사

아래론 바다 밑 악마들까지도

어여쁜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나의 영혼을 갈라놓진 못했다.


그러기에 달빛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게 되고

별빛이 떠오를 때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눈동자를 느낀다.

하여,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 곁에 눕노니

거기 바닷가 무덤 안에

물결치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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