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김춘화
2018-12-30
조회수 204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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