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의 마지막 커튼 콜
무대 위에 걸터앉아 기다리던 그 시간이 왔습니다
한 발을 바닥에 딛고 다른 한 발은 공중에 띄운 채
조금 전까지도 나의 신발에는 먼지가 묻었고
주머니에는 구겨진 대본이 있습니다
이제 그 먼지는 바람이 가져가고
대본은 펼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마지막 장면을 연기했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렸습니다 나는 퇴장했습니다
저 구름 너머에도 커튼이 있다면
당신이 이 부고를 볼 때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침묵이 새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입장할 것입니다
어쩌면 거기서도 연출과 논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조정하고
리허설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든세 살
나의 정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정례식은 엄숙하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만큼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합니다
나의 친구여 나와 오래 동반해준 이여
꽃은 필요 없습니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십시오
마지막으로 들었던 나의 목소리를
내가 좋아했던 대사를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이니까요
가상의 작별 공연에서 거울이 없는 방처럼 나를 떠올려 주세요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처럼
나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간: 2025년 5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장소: 강릉시 사천면 산책원 순모례원
사랑과 환호를 담아
연극배우 박정자 올립니다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 콜
무대 위에 걸터앉아 기다리던 그 시간이 왔습니다
한 발을 바닥에 딛고 다른 한 발은 공중에 띄운 채
조금 전까지도 나의 신발에는 먼지가 묻었고
주머니에는 구겨진 대본이 있습니다
이제 그 먼지는 바람이 가져가고
대본은 펼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마지막 장면을 연기했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렸습니다 나는 퇴장했습니다
저 구름 너머에도 커튼이 있다면
당신이 이 부고를 볼 때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침묵이 새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입장할 것입니다
어쩌면 거기서도 연출과 논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조정하고
리허설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든세 살
나의 정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정례식은 엄숙하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만큼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합니다
나의 친구여 나와 오래 동반해준 이여
꽃은 필요 없습니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십시오
마지막으로 들었던 나의 목소리를
내가 좋아했던 대사를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이니까요
가상의 작별 공연에서 거울이 없는 방처럼 나를 떠올려 주세요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처럼
나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간: 2025년 5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장소: 강릉시 사천면 산책원 순모례원
사랑과 환호를 담아
연극배우 박정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