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철환
2025-07-04
조회수 21

블랙리스트

       

                                                         - 박준


몇해 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금기형,

박상대, 박상미, 신천식, 샘말 아저씨, 이상봉, 이희창, 양상

근, 전경선, 제니네 엄마, 제니네 아빠, 채정근, 몇은 일가였

고 다른 몇은 내가 얼굴만 알거나 성함만 들어본 분이었다

"네가 언제 아버지 뜻을 다 따르고 살았니?"라는 상미 고모

말에 용기를 얻어 지난봄 있었던 아버지의 장례때 나는 모

두에게 부고를 알렸다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

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

었다


- 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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