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김명인

김춘화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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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다

돌틈 새에 숨는 몇 마리 도마뱀들

숨어도 보이는 우리들의 꼬리를

아프게 잘라버린다

친구여 너는 네 말을 할 수 있느냐?

계절을 받고 또 계절을 내주고 섰는

산 속으로 들어서며

가을이 가고 있군 가을이

풀 잎 위에 떨구는 산여치의 울음

바람은 개울 위에 새 주렴을 펴고 있다

뒤따라가며 우리도 또한 흩어질 것이냐?

묵묵히 견디고 섰는

더 괴로운 물풀도 만나고 싶다

괴로움도 이제는 괴로움이 아니라고

친구여 맨살에 끊임없이 감기는 물소리

홀로 흐를 때

물소리는 한결같이 차갑게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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